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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1:40 Books

 

바쁜 일상에 쫓겨 손에서 책을 놓은 지도 벌써 얼마인지 모른다. 2009년 새로운 목표로 다시금 책과 가까워지자는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책에 대한 흥미를 갖기 위해 오랜만에 문학으로의 회귀를 꾀했다. 꽤나 자극적인 제목과 표지 사진으로 눈길을 끌었던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의 느와르소설로, 내용 자체보다는 오히려 책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인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흑인의 혈통을 갖고 있지만 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 가 백인 여성을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백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동생의 복수를 위해 백인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을 직설적이며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이 소설은 인종주의에 대한 거센 도전의식과 마치 하드보일드영화를 연상시키는 폭력성으로 수 년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작 작품을 읽으면서 초반부터 목표의식과 결과가 뻔해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이 스릴러 물이 어찌하여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 작품은 1946년 버넌 설리반이라는 미국 작가의 작품을 보리스 비앙이라는 프랑스 문학가가 번역을 한 형태로 출간됐지만, 사실은 설리반이라는 필병을 내세워 보리스 비앙 본인이 직접 집필한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책이 결정적으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모방 범죄때문이었다.

이듬해 프랑스의 한 모텔에서 남자가 연인이었던 여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 현장에 바로 이 책이 놓여져 있던 것. 사건 현장에 남은 유일한 흔적이었던데다, 여자가 살해당한 방법이 바로 책의 주인공 진 애스퀴스라는 여자를 살해한 방식과 동일했던 것이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그때부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프랑스 느와르 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며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출판 관계자 입장에서야 반가운 일이었겠지만, 만약 내가 이 책의 홍보 담당자라면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한 번쯤 고민이 됐다. 사건에서 책에 대한 이슈를 최소화해야 했을까? 아니면 이 이슈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노출을 했을까?

물론 책을 집필한 본인의 의사와 출판 관계자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독단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닐테지만
, 시사토론 등의 TV프로그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찬반양론을 펼치는 등 충분히 이슈화를 시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했다. 지난해 심형래 감독의 디 워논란처럼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책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논의하는 동안 사람들은 도대체 책이 어떻길래?’ ‘그 책 읽어봤어?’ ‘’그 책이 그 정도로 잔인한거야?’ 등 두고두고 회자를 하게 될 테니 말이다.
홍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하는 과정을 만들어줄 뿐, 결국 구매는 소비자의 몫일 테니 말이다.

글쎄. 프랑스에서라면 모를까, 한국에서의 이러한 홍보과정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당신이라면 어느쪽을 택하겠는가?

posted by 명랑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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