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하루 앞둔 9월 12일. 나이 들면서 우울해져만 가는 생일, 럭셔리한 문화 생활로 달래 보고자 과감히 선택했던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한국 초연 마지막 공연이 얼마남지 않아 부랴부랴 예매했다.
회사에서 지원되는 복지비가 아니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VIP석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쯤에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버나드 쇼의 희극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만든 미국의 뮤지컬.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까칠한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는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꽃을 파는 무지막지한 사투리의 소유자 일라이자 두리틀을 6개월 안에 사교계에서 내노라할 귀부인으로 만들겠다는 내기를 하게 되고, 그와 일라이자의 혹독한 발음 훈련 과정이 펼쳐진다.
“스페인은 평원에만 비가 내린다 The Rain-In Spain-Stays-Mainly In The Plain)”는 말을 익히게 된 일라이자와 히긴스가 그녀를 테스트하기 위해 시험무대로 삼은 경마장 신은 ‘마이 페어 레이디’의 희극적 요소를 듬뿍 담은 백미라 할 수 있다.
그렇게 6개월간 모든 훈련과정을 견딘 일라이자는 마침내 최종 무대인 무도회에서 성공적으로 사교계에 데뷔하지만, 성공에만 도취한 채 자신을 그저 실험용으로만 대했던 히긴스에 환멸을 느끼고 그를 떠난다.
뮤지컬에서는 원작자인 버나드 쇼의 바람과 달리 히긴스가 일라이자의 빈자리를 느끼고 결국 그녀와 사랑의 해피엔딩을 이룬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6개월간 밤낮 붙어있던 남녀가 정이 안드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건만, 극에서는 두 사람의 애정이 싹 트는 순간을 찾아보기 어려워 해피엔딩에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았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적 한계 때문이라고 이해하기엔 명성에 비해 부실한 개연성이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기존에 우리가 '뮤지컬'하면 생각나는 역동적인 춤과 노래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묘사에 더 치중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보다는 조연들의 익살스런 연기와 춤, 앙상블의 코러스가 오히려 더 감칠났다.
재미나게 웃으면서 즐겼지만, 공연이 끝난 후 가슴에 남는 여운이 없어 기대치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갑자기 오히려 오드리 햅번 여사가 나왔다던 영화 버전이 보고 싶은 이유는 왜일까?
사진 = '마이 페어 레이디' 공식 홈페이지

